발달 심리학을 이야기하면서 비고츠키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너무나도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선 글에서 피아제 피아제 노래를 부르던 교수님은 사실 비고츠키 노래도 자주 불렀더랬지요. 그 어린 날의 기억 때문인지 제 기억 속에 피아제와 비고츠키는 드래곤볼의 손오공과 베지터, 나루토의 나루토와 사스케를 보는 느낌입니다. 과연 이 둘은 어떻게 다를까요?
1. 비고츠키란 누구인가
비고츠키는 구소련의 인지 심리학자입니다.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짧은 생애 동안 인지 발달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습니다. 이 때문에 '심리학계의 모차르트'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 역시 피아제처럼 인간의 발달을 연구했고 특히 교육학 분야에서 피아제와 자주 비교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생전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못했는데요 사후에 그의 저술이 서구 사회에 알려진 후에야 주목을 받았습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그가 구 소련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또 어땠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2. 비고츠키와 피아제는 어떻게 다른가
비고츠키는 아동이 주변 사람들의 지원을 통해 인지구조가 발달한다고 보았습니다. 비고츠키는 인간의 발달을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는데 이는 아동 스스로가 동화와 조절을 통해 인지 구조를 발달시킨다고 한 피아제와는 다른 관점입니다.
두 사람 다 아동이 능동적으로 인지 능력을 발달시킨다고 보긴 했지만요. 비고츠키는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이란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이 개념은 쉽게 말하자면 아동이 스스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일지라도 주변의 도움이 적절하게 주어지면 상위의 발달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즉, 아동의 발달에서 아동의 능력과 더불어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별다르게 강조하지 않았던 피아제와는 다른 점입니다.
비고츠키와 피아제는 언어에 대한 관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언어를 인지발달에 있어서 사고의 도구라고 명시한 피아제와 달리, 비고츠키는 언어를 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비고츠키는 언어를 그저 도구라기보다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 인지 발달에 있어서 아동의 사고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혼잣말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비고츠키는 아동의 혼잣말이 아동 스스로가 수행하는 의사교환 행위로써 혼잣말 자체가 사고 체계를 이루고 방향성을 찾아 전략 수립, 행동 조정의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에 피아제느 혼잣말을 단순히 인지 과정의 반영일 뿐으로 보았지요. 정리하자면 인지발달에서 아동의 능동적 역할을 중시했다는 점에서는 두 사람이 같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한가에 있어서 다른 관점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담으로, 두 사람은 이론과 더불어 실제 생애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1896년 생으로 동갑내기이지만 비고츠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과 달리 피아제는 대단히 장수했습니다. 그리고 비고츠키는 살아생전에는 주목받지 못했고 사후 다른 사람에 의해 유명해졌지만 피아제는 그렇지 않았죠. 비슷하지만 다른 두 거인의 생애가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3. 마무리
대학생 시절에 정말로 많이 들었던 두 사람의 이름을 십수년의 세월이 흘러서 이렇게 다시 읽고 불러보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이란 바로 1분 후의 일도 모른다더니...제가 블로그에 이 두 사람을 적을 줄은 공부하던 그때는 전혀 상상도 못 했네요. 이런 점에서 지금 현재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만약 제가 이 두 사람을 공부하던 때에 지금 아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제 인생도 많이 달라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금의 삶도 너무 행복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더 어렸던 시절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럼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 행복하시고 하루하루가 충만하고 충실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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